70년대 중반 어느날 우리 미식축구의 원로 주원복 선생님이 TV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아나운서가 "한국의 대학팀 선수들은 왜 이렇게 숫자가 적은 가요 ?" 이 질문에 주선생님은 즉각 "미식축구 장비가 그것 밖에 안되어서 그래요" 지금도 조금 그렇지만 당시에는 미식축구 장비는 우리에게 팀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실제로 경희대는 72년을 마지막으로 장비가 없어 팀이 사라졌다
1957년 57회 전국 체전 시범경기 배재와 보인의 경기 후 주원복선생님(중앙) 당시의 헬멧을 알수있다.
고려대 OB 곽병재의 회고에 의하면 72년 봄 고려대가 일본을 다녀왔을 때 약 20벌 정도 장비를 가져왔다고한다. 일부는 일본 협회가 기증을 했고, 일부는 구매를 했다고한다. 그 당시 코치로 동행 하셨던 주원복 선생님이 다녀오신 후에 "요즘 새로 나온 것은 핼멧 안쪽이 공기로 채워져 있어"라고 말씀 하셨고 우리는그저 감탄만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전 까지의 우리나라 미식측구 장비는 정말 형편없었다. 밖으로 유니폼을 입어서 그럴듯해 보였지 벗고나면 거지와 다름이 없었다. 와세다 OB 고 최인형 선배님(2011년 작고)의 말씀에 초창기 해방 후에 미 8군에서 얻은 장비는 당시 서울대에 모두 풀어 놓았다고한다. 당시에는 서울대 단과 대학 별로 사범대, 문리대, 법대에 팀들이 있었다. 이 중에 장비 일부는 보인상고로 가셔 고 홍윤표 선배님(서울 사대 졸)이 팀을 만드셨고 이상윤 주원복 차완호 선생닙들이 이 것으로 운동을 할수가 있었다. 그 당시 사진을 보면 페이스 가드도 없는 것들로 우리는 어떤 것들인지 상상 할 수가 있겠다.
고려대 창단 후 첫경기 전에 기념사진(1962년)
60년대와 70년대 초까지 사용하던 숄더패드 필자가 쓰던 것과 같은 모델이다 60년대 70년대 초반까지 사용하던 것과 같은 헬멧모델 왼쪽의 가죽헬멧은 필자도 많이 사용했다 당시에는 청계천에서 구입하곤 했다.
고려대와 성균관의 1962년 첫 경기를 할때 고려대의 창단 팀 사진을 보면 많은 선수들의 헬멧에 페이스가드가 없는 것이 보인다. 이 장비들은 1962년에 협회에서 미8군에서 얻어서 배급한 중고 장비들인데 70년대 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필자 역시 1966년 부터 1972년 까지 이런 장비를 사용했다.
1972년 민관식 장관 서울대 장비기증기사
고려대가 일본에서 장비를 가져올 무렵 서울대에도 좋은 일이 있었다. 72년 5월 중순 어느 토요일 오후 비가 억수로 오는 날이었다.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 민관식 장관이 우연히 서울대 농대 운동장을 지나가다가 비오는 날에 미친듯이 연습을 하는 서울대 팀을 보고 감동을 하여 20벌을 사주셨다. 그 순간에는 필자도 있었는데 고려대는 일본에가고 우리는 시합도 없고 할일은 연습 밖에 없어서 악에 바쳐서 괴성을 지르고 뻘밭이 된 흙 운동장에서 택클을 하면서 미쳐보았던 순간 이었다. 착한 일을 하는 것을 하나님이 보았던 것과 같다고 하면 말이 될까 ? 하여튼 서울대가 운수대통하는 순간이었다.
필자가 보관하고 있는 70년대 숄더패드
민관식장관이 기증한 새 헬멧 사진 아래부분/72년 추계 시상식에서
"헬멧이 너무 커서 타올을 머리에 올리고 헬멧을 썼고, 턱끈은 아예 없어 별도로 만들거나 압박 붕대로 헬멧의 귀쪽 구멍으로 빼서 턱아래로 묶어서 쓰던 것을 하얀 헬멧에 딱 맞는 턱끈을 사용하니 얼마나 좋았던지 모두들 입이 벌어졌던 기억이 새롭다. 전에 숄더 패드는 불락을 하면 "퍽"하는 소리가 났는데 새로 들여온 신형 플라스틱 숄더패드는 "챙"하는 소리가 났다"고 곽병재 고려대 OB는 회고를 한다. 나 역시 같은 느낌이었다.
참고자료 족보 31: 고려대 31년사 주원복 미식축구 원로: 생전의 대담 중 최인형 와세다 OB(2011년 작고): 2010년 대담 중에 곽병재 고려대 OB(70학번): 개인대담 사진: 주원복, 유지인 김계선(보인상고 OB 1953년 입학) 제공
